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우리의 밤잠을 훼방 놓는 이가 있다. 모기다. CF 광고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편안하고 흔들리지 않는” 그 소중한 잠을 사수하기 위해 우리는 방에 들어온 한 마리 모기를 퇴치하려고 전력을 다한다. 신속하게 살충제를 맘껏 분사하거나, 모기가 싫어하는 향을 켠다. 대부분 승리하는 쪽은 우리다. 우리는 딱히 이 행동에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아니 느낄 틈이 없다. 너무나 손쉽게 작은 자연이 그렇게 또 절멸된다. 작가는 모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무심코 움직이던 자신의 행동에서 깨닫게 되었다. 쓸모없는 잡초나 벌레를 없애는 작은 무기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편리함이 푸르른 여름이어야 마땅한 8월의 창밖 풍경을 황금빛으로 바꾼 이유였음을 말이다. 잡초들이 피운 예쁜 꽃들은 농작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여름에 이미 가을을 맞았고,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으로 그대로 멈춰 버렸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김형주 작가는 친환경적 삶의 양면적인 모습을 담아온 다섯 개의 시리즈를 완성했다. 어느 날 모래로 팔려버린 산의 이야기를 다룬 <이름 모를 산>, 농작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잡초로 불리는 풀들의 이야기를 다룬 <초대받지 않은 손님>, 농축산물의 효율성을 위해 사용되는 검정비닐과 흰비닐의 이야기를 다룬 <어쩔 수 없다>, <땅 위에 마시멜로>에 이어 어느 날 노랗게 시간이 멈춰버린 잡초꽃들의 이야기 <흔들림없는 편안함>까지, 작가는 일관되게 자연이 인간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될 수는 없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이번 전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에서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김형주 작가의 탐구는 이어진다.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너무 손쉽게 제거하고, 절멸시킬 수 있는 도구들을 사용하는데 무신경하지 않기를 작가는 바란다. 일상적인 폭력은 점점 우리를 무디게 만들어 결국 원자폭탄이나 방사능에 대해서도 단지 우리한테 피해가 적다면 괜찮다는 생각까지 이르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낀다. 한번 깨진 균형은 되돌리기 어렵지만, 우리가 여전히 조화와 공존을 생각한다면 아직 우리에게 회복가능성은 남아있지 않을까. 2024년 10월, 김형주 작가의 아름다운 반어법이 주는 묵직하고도 서정적인 감동을 아트노이드178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글/ 아트노이드178 대표 박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