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랑 21세: 부유하는 이 시대의 청춘

강주영, 김민지, 김보경, 김현지, 박규리, 이가영, 한지훈, 황상아

낭랑 21세: 부유하는 이 시대의 청춘

떠오르는 청춘, 가라앉는 시대

밝고 명랑한 청춘을 ‘낭랑 18세’라 한다는데, 21세기의 청춘들은 그저 명랑하지만은 않다. 그 어떤 시대보다도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는 매일 매 시간 수많은 문제의 바다에서 낭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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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어떤 문제는 마치 점심 식사 메뉴를 고르듯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문제는 너무나 버거워 해결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20대의 고질적 취업난과 우울증, 시간이 흐르며 더 크게 마주하게 될 주거난, 사회적 분리, 환경 문제, 종 차별과 같은 문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눈과 귀를 막아버린 채 많은 것을 외면해왔다.

회피해오던 문제들은 마치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2020년의 팬데믹은 우리 삶의 흐름을 멈추어 놓았다. 학교에 가는 것, 친구를 만나는 것, 카페에 가는 것,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이 익숙했던 모든 일이 이제는 꿈처럼 느껴진다. 이전 세기, 그리고 그 전의 세기부터 인간이 쌓아온 과오의 결과인 이 펜데믹이 우리를 붙잡은 지금, 『낭랑 21세』 전에서는 어지럽게 흘러가는 시간을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잠시 멈추어, 부유하는 청춘의 모습에 직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민지와 사진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황상아, 두 작가는 개인 작업을 통해 각자 내면의 고민을 드러낸다. 김민지는 < 우리는 >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길과 선택지 속에 이를 선택할 기회조차 잃어버린 요즘을 담아내었다. < 단지 우리에게만 일어난 일 >에서는 펜데믹으로 망가진 인간과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는 지구를 보여주면서 지구의 존재에 관해 물음을 던진다. < 엉엉 >, < alone 1 >, < alone2 >, < 그러다가 >, < 가끔은 >을 통해서 우리는 청춘의 슬픔과 고독, 자아를 목격할 수. 있다.

황상아는 < 마스크를 착용하게요 >를 통해 익숙함과 낯섦, 낯섦과 익숙함이 우리 사이를 부드럽게 유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펜데믹으로 달라진 일상 속 우리 주변을 부유하는 소리를 모아 재조합하였다. < 밤이 오면 >에서는 매 순간 정체 모를 두려움에 휩싸이는 청춘을 표현하였다. -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 윤동주, 「바람이 불어」 -

틀리기 프로젝트에 이르면 고민의 주제는 두 작가뿐만 아니라 관객들로 확장된다. 각자 다양한 고민을 지닌 청춘은 ‘틀리기’ 행위를 통해 각자의 고민과 아픔을 한순간 잊고 이를 서로 나눈다. 고민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전시를 마무리하는 김민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좀 더 느끼며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 조그마한 존재 >, , < 여전히꿈꾸기 >, < 곁 >).

부유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 각자의 고민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미래를 얻을 수 있을지, 과거의 잘못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시리도록 푸른 이 시대의 청춘과 그 언젠가 청춘이었던 누군가, 그리고 미래의 청춘과 함께 이 전시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