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업들은 마치 현재가 아닌 과거를 상징하는 흑백 사진을 보는 것처럼 흐릿하다. 그리고 그의 오브제들은 빛바랜 사물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작가는 화면 속의 오브제들을 통해 형이상학적인 사색가와 같이 “과거의 신분사회가 경쟁사회로 간판이 바뀌었고, 유능함을 무기로 승리의 전리품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나의 계급은 결정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을 빛바랜 사진첩을 들추어내듯이 하나하나 펼쳐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노출은 오브제의 색채를 통해 치열하게 분투해 온 시간만큼이나 보는 이들에게 통렬함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왜일까? 레이스, 외등, 정사각형의 타일들, 철제로 된 담장, 발레리나의 우아한 몸짓...... 등의 화면 속의 색채들을 통해 그가 제기해 온 자본주의 사회 체계의 민낯들은 “여유롭게 늘어뜨린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꽃무늬 이중 커튼, 벽의 모서리마다 가로지르는 몰딩 장식 등은 나의 기억 속에서 아름다움으로 발현된 희망하는 삶의 모습이자 동시에 취향으로 둔갑된 과시욕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야기는 작가와 함께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작가와 같은 문화를 공유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그림에서 느껴지는 음울함과 이질성, 그리고 흐릿한 느낌을 주는 오브제들이 자본주의 사회 체계의 허구를 들추어내기보다는, 페시미스트들이 그려놓은 그림들의 하나로 치부될 수도 있는 소지를 지니고 있다.
어찌 보면 그의 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레이스, 외등, 정사각형의 타일들, 철제로 된 담장, 발레리나의 우아한 몸짓......등의 오브제들은 작가와 함께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에게는 자본주의의 사회 체계의 상징물로서 마주하기 보다는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하게 되는 풍경들 중의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작가 또한 과거의 기억을 벗겨내고 그 오브제들을 바라보는 순간 그 오브제들은 자본주의의 상징물의 체계가 아니라 소비문화가 변해 있는 우리의 현재의 일상에서 고급적인 취향이 아닌 개인의 선택지를 담은 하나의 오브제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은 현 시점에서 그가 과거의 기억을 매개로 하여 표현한 오브제를 통해 자본주의 소비문화가 계급적인 위계로 느껴지게 하는 데에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가. 「액자가 있는 벽, 2022」이나 「펜스 3, 2022」의 작업은 「레이스 5, 2021」의 작업이나 「펜스, 2021」의 작업과는 달리 오브제를 표현하는 방법을 달리하고 있으며, 그 시점에 변화를 주고 있다. 「레이스 5, 2021」나 「펜스, 2021」의 작업들은 “나의 과거 혹은 잔존하는 기억에서 추출된 이미지이기 때문에 철 지난 유행의 모습으로 캔버스에 등장한다. 그려진 이미지들은 얇은 채색과 흘러내릴 듯한 붓 자국으로 다루어지는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얇은 채색과 흘러내릴 듯한 붓 터치를 사용한 오브제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과거 기억을 매개로 하여 시간을 소환하고 있다. 그에 반해 「액자가 있는 벽, 2022」의 작업에서 보이는 벽에 부착된 거대한 액자의 오브제나 또는 「펜스 3, 2022」의 작업에서 보이는 담장 너머로 거대한 노란 색의 테두리는 「레이스 5, 2021」나 「펜스, 2021」의 작업들에서 사용하고 있는 오브제의 색채들과는 달리 선명한 색채를 띠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액자가 있는 벽, 2022」의 작업이나 「펜스 3, 2022」의 작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오브제를 통해 표현된 선명한 색채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액자가 있는 벽, 2022」이나 「펜스 3, 2022」의 작업에서 오브제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선명한 색채는 「유러피안 벽등 2, 2022」의 작업이나, 「헌팅 트로피, 2022」의 작업이나 그 밖의 오브제의 흐릿한 색채와 대비해서 추측해본다면 현재의 시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업은 「액자가 있는 벽, 2022」의 작업이나 「펜스 3, 2022」의 작업 속에서 표현한 오브제들에서 보듯이 과거의 기억을 매개로 하여 자본주의 사회 체계를 비판하는 작업과는 다르다. 이 두 작업들의 오브제들은 작가 자신이 느끼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과거 기억을 매개로 하지 않고, 현재 작가가 체험하고 있는 심리적인 상태를 오브제의 색채들로 새롭게 표현하여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과거의 기억을 매개로 함으로써 작가와 같은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작가와 같이 그러한 기억을 공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작가의 비판의식을 공유하는 데에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 두 개의 작업에서는 세대 간의 차이를 넘어 그 비판적인 의식을 확대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드러난다. 작가는 자신의 일상의 삶에서 지닌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과거의 기억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로 확장하여 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여성들 간의 시간적 흔적을 넘나들며 여성들에게 친밀한 일상의 오브제들을 통해 들여다보는 자본주의 사회의 읽기와도 같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 체계를 남성의 시선과 같이 건조하거나 삭막하게 묘사하지는 않지만, 오브제들을 가로지르다 보면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이나, 박범신의 소설 「외등」에서 마주하는 것과 같은 여성들의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감성으로 자본주의 사회 체계의 민낯을 파헤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는 「액자가 있는 벽, 2022」의 작업과 「펜스 3, 2022」의 작업은 그의 작업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는 작업이다. 작가는 유년시절부터 지속적으로 통찰해 온 사유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삶의 기준이 되는지를 묻고 있다. ■ 조관용(미술평론가,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Her works are blurry, as if looking at a black-and-white photograph that symbolizes the past rather than the present. And her objets are like facing a faded thing. Like a metaphysical thinker, through the objets in the picture, the artist says, “The signboard of the society has been changed from that of class to that of competition, and my class is determined by how much spoils of war I have conquered through my competence." She unfolds the desires of people living in a capitalist society one by one as if uncovering a faded photo album. However, such exposures do not give the viewers the same poignancy as the time they have been struggling through reflected in the colors of the objets.
Why is that? The true colors of the capitalist system that she has presented through the colors in the canvas, such as crochet lace, outdoor lamps, square tiles, iron fences, and graceful gestures of a ballerina. The artist says, “An old-fashioned chandelier that hangs comfortably, double curtains with floral patterns, and moldings that run across the corners of the wall symbolize the hopeful life expressed as beauty in my memory, but at the same time, it reflects a desire to show off disguised as taste.” These stories have room for empathy with those who share memories of the past with the artist. However, for those who do not share the same culture as the artist, the objets that give the gloomy and strange air with blurriness can come across as pessimistic rather than exposing the vain fiction of capitalist society.
In a way, the objets such as crochet lace, outdoor lamps, square tiles, iron fences, and graceful gestures of a ballerina that occupy her canvas... could be, for those who share memories of the past with the artist, just another one of those common landscapes of the everyday life rather than seeming as a symbol of capitalist society.
Above all, the moment the artist looks at the objets upon stripping away the past memories, these objets may come across as an objet reflecting an individual's choice rather than some high brow taste in the everyday life where consumerism culture is changed and no longer a system of symbols of capitalism. Therefore, at this point in time, her work has limitations in making the capitalist consumption culture feel as a hierarchy of class through the objets she expresses through memories of the past.
Perhaps this is why. 「Wall with Frames, 2022」 and 「Fence 3, 2022」 differ from 「Crochet lace 5, 2021」 and 「Fence, 2021」 in the way of expressing the objet, and there is a change in point of view. 「Crochet lace 5, 2021」 and 「Fence, 2021」 appear on the canvas out of fashion because they are “images extracted from my past or surviving memories. Painted images are treated with thin coloring and flowing brush strokes.” Through these objets using thin colors and flowing brush strokes, the artist summons up time using her past memories as a medium.
On the other hand, the large framed objets attached to the wall in 「Wall with Frames, 2022」 or the huge yellow border beyond the wall in 「Fence 3, 2022」 show vivid colors unlike the colors used to depict the objets in 「Crochet lace 5, 2021」 or 「Fence, 2021」.
What do the vivid colors in 「Wall with Frames, 2022」 and 「Fence 3, 2022」 in this exhibition used to portray the objets mean? The bright colors employed for objets in 「Wall with Frames, 2022」 and 「Fence 3, 2022」, in contrast to the cloudy colors in 「European Wall Light 2, 2022」 and 「Hunting Trophy, 2022」 and others, can be construed as representing the present time.
Above all, her works in this exhibition, as shown in the objet portrayed in 「Wall with Frames, 2022」 and 「Fence 3, 2022」, differ from the previous works criticizing the capitalist system using past memory as the medium. The objets of these two works herald a new change in that they criticize the current situation where the artist is in, not through past memories, but by expressing the psychological state that the artist is currently experiencing with the colors employed.
Her work can bring empathy to with those who share the same memories, but there was a limit to share the artist's critical perspective with those who did not. Therefore, in these two works, the artist's effort to expand the critical perspective beyond the generational gap is revealed; as the problem of capitalist society in her daily life is raised by applying it to the present, rather than the past.
The artist's work is like reading into a capitalist society that crosses the traces of time between women through everyday objects that are familiar to them. She does not portray the capitalist society we live in as dry or bleak as a man's point of view. When we come across the objets, we can see the true colors of a capitalist social system through the lens of her feminine incisive and delicate sensitivity like ones we encounter in Jane Austen's novel, 「Pride and Prejudice」, and Park Bumshin's 「The Outdoor Lamp」.
「Wall with Frames, 2022」 and 「Fence 3, 2022」, presented for the first time in this exhibition, are seen as a turning point in her work. The artist questions what kinds of values determine quality of life in our society by expressing, not metaphorically but directly, the thoughts that she has continuously observed since childhood. ■ Cho Kwan Yong (Art Critic, Changwon Sculpture Biennale 2022 Director General)
“대상을 나에게 투영시켜 유년 시절의 이야기로부터 욕구의 단서를 찾아낸다. 그리고 작품을 통해 대상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프로젝팅한다. 단, 판단을 이끌어 내는 것은 최대한 지양한다. 나 자신도 상승욕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월해지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어느새 우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만다.” ■ 최은숙 – 작가 노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