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음, 다음

민정기, 설서윤, 안유미, 장명순, 정세영, 최지은, 홍서인

닿음, 다음.

: 맞닿을 우리, 변화하는 다음.

인간의 몸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뼈, 근육, 장기 등과 같이 육체를 구성하는 요소들부터 감정, 욕망, 사상 등과 같이 정신을 구성하는 요소들까지 많은 것이 얽히고설켜 인간을 구성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로 가득한 인간의 몸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탐구 주제이자 마지막까지 탐구할 대상이다. 탄생과 죽음이라는 생명의 과정뿐만 아니라 인류가 만들어낸 거의 모든 지식이 인간의 몸에 새겨져 흔적을 남기고 새로운 몸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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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또 다른 인간과 닿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숙명과도 이어져 있다. 남녀의 ‘닿음’으로 시작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다른 인간들이 존재하는 더 큰 세계와 닿고 변화하며 ‘다음’을 향해 나아가고 성장한다. 작가 장명순(Jang Myoung Soon, b.1997)과 작가 홍서인(Hong Seo In, b.2001)은 이번 전시를 통해 ‘몸’과 ‘닿음을 통한 다음’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표현한다. 이미 존재하거나 새롭게 몸 안에 담겨질 것들을 우리는 어떻게 선택하고 구성해 나가는지, 그리고 이런 구성이 또 무엇을 만나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담았다.

장명순은 <부족함을 탓하는 일 01·02·03·04>에서 몸 안에 담긴 ‘욕망’에 집중한다. 비가시적인 욕망 이라는 요소를 시각화하며, ‘우리 몸 안에 담긴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두 개의 시간의 한 허리를 베어>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우리의 인식 변화에 대해 말하며, 변화 그 자체보다 ‘과정’에 집중한다. 작가는 우리가 과열되고 팽창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하며, 그렇기에 ‘냉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와 <냉각 : in path>는 ‘다음’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 작품이며, 과열되고 팽창된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냉각의 시간’을 제안한다.

홍서인의 <하루>에는 그가 탐구한 몸과 하루의 특성이 담겨있다. 몸에 빗댄 하루의 과정을 ‘발단-위 기-절정-결말’ 네 단계로 표현하며 밝아지는 길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루>에서 개인의 여정에 초점을 맞추었던 작가는 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며, 우리의 닿음을 표현한다. 몸은 생각을 표면적으로 드러내고, 이는 행동, 말투와 같은 요소들로 나타난다. 이들은 우리의 인상을 좌우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색의 조각들이 맞물려 형상을 이루는 모습을 통해 사람이 만나 좋은 자극을 나누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자본주의가 만든 현대 사회의 모순을 팬데믹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무분별한 파괴가 만든 닿음의 재앙은 부조리한 현실을 부상시키고 우리가 누리던 일상을 ‘유토피아’로 만들었다. 인류는 여전히 이상향이 된 과거를 꿈꾸지만, 몸 안에 새겨진 각인은 지워질 수 없다. 그렇기에 공존을 눈앞에 둔 우리는 현실화 가능한 유토피아인 ‘헤테로토피아’를 꿈꿔야 한다. 우리 몸 안에 담긴 것들과 우리가 닿은 것들, 그리고 그 변화의 결과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면 우리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 어떤 것들을 우리 몸 안에 담아야 하는지, 다시 시작될 닿음이 어떤 다음을 만들지 깊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이 전시에 닿는 것이 그 시작점 중 하나가 되기를 바라며, 새롭게 맞이할 우리의 다음에 안녕을 기원해본다.